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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킥복서와 킥복싱 대결? 추성훈의 무모한 도전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재일동포 파이터 추성훈(4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돌아온다. 그런데 경기가 특이하다. 네덜란드의 킥복싱 전설과 입식타격기가 포함된 특별룰로 대결한다. 악어 입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도전이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종합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은 최근 깜짝 발표를 했다. 오는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ONE 165' 대회에서 추성훈의 출전을 공개한 것. 추성훈이 종합격투기 선수로 복귀하는 건 674일 만이다. 마지막 경기는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일본 격투기 레전드 아오키 신야(41·일본)와 경기였다. 1라운드에서 아오키의 그라운드 기술에 고전했던 추성훈은 2라운드에서 놀라운 파워를 발휘해 펀치 KO승을 거뒀다. 십수년간 추성훈을 '겁쟁이'라고 도발했던 아오키의 콧대를 꺾은 승리였다.그리고 추성훈은 본업(?)인 방송인으로 돌아왔다. '전지적참견시점', '피지컬:100', '순정파이터', '더 와일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도 등장했다. 방송 활동만으로도 바쁜 추성훈이 갑자기 격투기에 등장한다고 하니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니키 홀츠켄(41·네덜란드)이라는 점이다. K-1, 글로리 등 킥복싱 메이저 단체에서 수많은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킥복싱에서 113전 94승 18패 1무라는 화려한 전적을 쌓은 홀츠켄은 프로복싱 선수로도 활약하면서 15전 14승 1패 전적을 기록했다. 물론 그도 40대에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여러 단체에서 치른 11경기에서 7번이나 패배를 맛봤다.진짜 놀라운 건 경기 방식이다. 입식과 종합격투기가 혼합된 특별룰이다. 3분 3라운드로 치러지는데 1라운드는 복싱, 2라운드는 무에타이, 3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방식으로 싸운다. 세 라운드 모두 종합격투기용 오픈핑거 글러브를 사용한다.추성훈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도선수 출신이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복싱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갔다. 과거 프랑수아 보타(56·남아프리카공화국) 제롬 르바네(52·프랑스) 멜빈 만후프(48·네덜란드) 같은 복싱 및 킥복싱 파이터와 싸워 2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경기들은 모두 종합격투기 룰이었다. 입식 경기는 공식적으로 치러본 적이 없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홀츠켄이 유리한 영역에서 싸워야 한다. 원챔피언십에서 이같은 방식의 경기는 처음이 아니다. UFC와 원챔피언십에서 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드미트리어스 존슨(38·미국)이 2021년 12월 '원X' 대회에서 태국의 무에타이 챔피언 로드탕 지트무앙논(27·태국)과 비슷한 경기를 벌였다. 1라운드는 무에타이 룰, 2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룰로 벌인 이 경기에서 존슨은 2라운드 2분 13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존슨은 무에타이 룰로 치른 1라운드에서 고전했지만, 버텨냈다. 반면 무에타이 선수는 2라운드에서 존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2004년 K-1 다이너마이트에선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밥 샙(51·미국)과 르바네가 혼합룰 경기를 벌였다. 1, 3라운드는 킥복싱으로, 2, 4라운드는 종합격투기로 열렸다. 예상대로 킥복싱에서 르바네가, 종합격투기에서 밥 샙이 압도했다.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처음에는 서커스 같은 경기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경기가 열리니 밥 샙과 르바네의 스타일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색다른 재미가 펼쳐졌다. 르바네는 밥 샙과 싸우고 5개월 뒤 종합격투기 경기에 다시 도전, 1라운드 2분 24초 만에 니킥으로 승리했다. 당시 패한 상대가 추성훈이었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 2전 만에 당한 첫 패배였다. 물론 이 경기는 체중 차이가 너무 컸던 미스매치였다.추성훈-홀츠켄 경기는 절대적으로 추성훈이 불리한 조건이다. 추성훈은 1, 2라운드 6분을 쓰러지지 않고 버텨야 자신에게 유리한 3라운드를 치를 수 있다. 특히 킥복서의 화려한 킥 공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다만 6분을 버틴다면 그때부터는 추성훈의 시간이다. 홀츠켄은 20년 넘는 격투 경력을 가졌지만, 종합격투기 경험은 전혀 없다. 추성훈은 지난 아오키와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할 수 있다. '지옥 같은 6분'을 분을 버틴다면 말이다. 2024.01.26 08:00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UFC파이터 없는 싱가포르는 어떻게 UFC 중심지가 됐나

싱가포르는 종합격투기 UFC 아시아의 중요한 거점이다. 오는 26일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싱가포르: 할로웨이 vs 더 코리안좀비’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6번째 UFC 대회다. UFC는 싱가포르에서 2014년부터 꾸준히 대회를 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대회를 치렀다. 재밌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싱가포르 선수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회를 치르는 데 문제는 없을까. UFC 아시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앞선 5번 대회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이번 대회도 문제없이 매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UFC 싱가포르 대회 티켓은 60달러(8만원)부터 최대 3000달러(400만원)에 이른다.싱가포르가 UFC에 딱히 열광적인 건 아니다. 2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싱가포르 매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종합격투기 저변은 그리 크지 않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파이터로는 원챔피언십 여성 챔피언인 안젤라 리가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안젤라 리는 싱가포르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그가 자라고 운동한 곳은 미국이다. 싱가포르 격투기와 상관 없는 셈이다.그런데도 싱가포르는 UFC에 진심이다. 심지어 동남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원챔피언십 본부가 있는 것도 싱가포르다. 격투기 인기는 한국, 일본, 중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합격투기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심이다.이는 싱가포르의 국가적인 목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에서 스포츠 이벤트는 중요한 산업이다. 싱가포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행사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에서 꾸준하게 포뮬러1(F1)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하고, 싱가포르오픈 같은 큰 규모의 테니스 토너먼트도 열린다. 지난 6월에는 대규모의 e스포츠 위크가 열려 싱가포르 MZ세대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UFC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UFC 싱가포르 대회를 지원하는 가장 큰 손은 싱가포르 관광청(STB)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명소로서 싱가포르를 알리기 위해 UFC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막대한 관광 수입도 얻는 것은 물론 숙박, 식사, 교통 서비스 등 관련 경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으로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UFC는 2018년 싱가포르 전역에 UFC 프랜차이즈 체육관 15개를 개장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UFC와 웰니스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케빈 장 UFC 아시아 대표는 “UFC 싱가포르 대회는 단순히 싱가포르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케빈 장 대표는 “싱가포르는 UFC 레벨에서 뛸 만한 선수가 아직 없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이미 높은 수준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싱가포르는 UFC 대회를 열기 좋은 환경이다. 중국을 비롯해 주변 동남아 국가에 영향력이 큰 데다 국가적인 지원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옹링리 스포츠건강 국장은 “UFC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월드클래스 스포츠레저 이벤트 개최지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UFC 파이터들과 팬들이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싱가포르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싱가포르의 UFC에 대한 관심을 살펴보면서 한국은 왜 스포츠를 산업으로 확대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한국은 아직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세금을 쏟아붓는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강하다.종합격투기가 한국에 본격 소개된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동네 쌈박질’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내 격투기 관계자도 “한국에서 대회를 한 번 열려면 여러 편견과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하지만 조금만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지운다면 UFC 등 격투스포츠는 훌륭한 글로벌 산업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변변한 UFC 파이터 한 명 없는 싱가포르가 UFC의 아시아 허브가 된 것을 분명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2023.08.25 09:00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그때 김동현과 싸웠다면 어땠을까...'UFC 공무원 파이터' 닐 매그니

미국 종합격투기 UFC 웰터급 랭킹 11위인 닐 매그니(36·미국)는 2013년부터 10년째 UFC에서 활약 중인 베테랑이다. UFC에서 무려 20승 9패를 기록 중이다. 20승은 UFC 웰터급 역대 최다승 기록이고, 29경기는 UFC 웰터급 역사상 최다 출전 2위에 해당한다. 매그니는 한국 선수와도 제법 인연이 있다. 2015년 5월 임현규와 대결해 2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당시 매그니는 1라운드 초반 임현규의 플라잉 니킥을 얻어맞고 다운을 당했다. 하지만 이후 임현규가 지친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에 나섰고, 결국 2라운드 파운딩 연타에 의한 레퍼리 스톱 TKO를 일궈냈다.이미 8년이 지났지만 매그니는 임현규와 경기를 뚜렷하게 기억했다. 매그니는 필자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임현규와 경기를 언급하자 활짝 웃었다. 그는 “물론 잘 기억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열린 경기였는데 정말 힘들고 대단한 경기였다”면서 “임현규는 쉽지 않은 상대였고, 난 거의 패배 직전까지 갔다. 다운을 당했지만, 역전승을 거둬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임현규를 이기고 이듬해는 ‘스턴건’ 김동현과 대결을 할 뻔했다. 둘은 2016년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02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김동현은 4연승을 달리다 타이론 우들리(미국)에게 패한 뒤 다시 2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매그니도 임현규를 이긴 뒤 대미안 마이아(브라질)에게 패했지만, 이후 3연승을 기록할 만큼 상승세였다. 당시 매그니는 7위, 김동현은 9위였다. 둘이 붙어서 이기는 선수는 상위 랭킹 진입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경기는 성사되지 못했다. 김동현이 미국에서 훈련하던 도중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한 것. 김동현과의 대결 무산은 매그니에게도 좋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매그니는 대체 선수로 나선 로렌츠 라킨(미국)과 싸워 1라운드에 팔꿈치 공격을 당해 KO패를 당했다.매그니에게 당시 싸울 뻔했던 김동현에 대해 물었다. 당시 김동현의 경기를 수없이 돌려보고 분석했다는 매그니는 “2016년 당시 김동현은 정말 대단한 파이터였다”며 “그라운드를 잘하는데다 펀치 파워도 상당했다. 모든 걸 갖춘 선수였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경기를 열심히 대비했는데 경기가 성사되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만약 그때 김동현과 싸웠다면 누가 이겼을까’라고 다시 물었다. 매그니는 껄껄 웃더니 ‘ME(나)!’라고 외쳤다. 그는 “김동현을 존경하지만 그때 나도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이길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현이 격투기 선수로서 은퇴 후 연예인으로 활동한다고 하자 매그니는 ‘정말? 와우! 대단한데’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김동현과 달리 매그니는 여전히 현역 파이터다. 심지어 1년에 3~4경기씩 꾸준히 치른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5경기를 소화한 적도 있다. ‘UFC의 공무원’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는다.매그니는 자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난 매일 훈련하고 준비한다. 체육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면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며 “다행히 지금까지 큰 부상도 없었다. 경기를 자주 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그니는 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잭슨빌에서 열리는 ‘UFC on ABC: 에멧 vs 토푸리아’ 대회에서 필립 로우(미국)와 UFC 서른 번째 경기를 치른다. 로우는 UFC 랭킹에 올라가 있진 않지만, 최근 3연속 TKO승을 거둔 무서운 신예다.매그니는 최전성기에서 내리막길을 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매그니는 “가족은 10년 동안 내가 UFC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상대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내게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6.23 09:00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코리안좀비에게 진 댄 이게, 그가 심리상담까지 받았던 이유

“코리안 좀비와 경기는 내게 큰 시련이었다.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까지 찾아왔다.”미국 종합격투기 UFC 페더급 파이터 댄 이게(31·미국)는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2021년 6월 UFC 대회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과 맞붙었던 주인공이었다. 당시 정찬성과 메인이벤트로 맞붙었던 이게는 5라운드 내내 나름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이게는 필자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정찬성과 당시 경기를 돌아봤다. 단순히 1패 이상 의미를 갖는 패배였다. 파이터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큰 영향을 미쳤다. 파이터로서 자신만만했던 그에게 정찬성은 높은 벽이었다. 자신을 지탱했던 자신감이 무너졌다.그전까지 연패를 몰랐던 이게는 정찬성에게 패배를 맛본 후 3연패 늪에 빠졌다. 당시 8위였던 UFC 페더급 랭킹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장 큰 위기가 이게에게 찾아왔다. “코리안좀비와 경기를 치른 것은 내게 영광이었다. 난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를 동경해 왔다. 그와 케이지를 함께 나눴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다만 정말로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좀비의 경기 운영(레슬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내 게임 플랜은 좀비와 타격으로 맞붙어 그를 넉아웃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비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고 결과는 완패였다.”정찬성과 경기는 이게가 아빠가 되고 나서 치른 첫 경기였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정말 컸다고 한다. 정찬성에게 패한 뒤 가족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경기에서 연패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정말 힘들었던 시기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았다. 상담을 통해 나 스스로 마음을 더 오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에는 내 마음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후 형제, 가족,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확실히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이게는 올해 1월 데이먼 잭슨(35·미국)을 2라운드 펀치 KO로 누르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승리 방식이었다. 파이터에게 승리는 모든 병을 낫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이다. 이게도 모든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22개월 만의 승리였다.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몸 관리도 더 신경을 썼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를 준비했고, 다시 이길 수 있었다.”이게는 4개월여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선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열리는 UFC 289 대회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한다. 상대는 최근 3연승 중인 베테랑 파이터 네이트 랜드웨어(35·미국)다. 이게와 같은 타격가 스타일이라 재밌는 경기가 기대된다.“이번 경기가 너무 기대된다. 상대는 화끈하면서도 영리한 파이터다. 게다가 약간 ‘크레이지’하기도 하다. 그래도 난 싸움을 걸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정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너무 경기가 기다려지고 흥분된다.”정찬성과 경기 당시 이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하와이 출신이지만 그는 아시아계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건너온 이민자다. 쿼터 제패니스인 셈이다. 그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고 했다.“아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일이다. 할아버지 나라인 일본을 가본 적은 없다. 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아시아인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항상 감사드리고 이번에 멋진 경기를 선물하고 싶다. 기대해달라.” 2023.06.09 09:00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뺨때리기가 스포츠? UFC가 앞장서는 엽기쇼

최근 주목받는 신종 스포츠가 있다. 바로 '뺨 때리기'다. 누구는 '그게 무슨 스포츠야'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개최하고 스포츠 전문채널에서 생중계한다. UFC가 운영하는 대회는 '파워 슬랩(Power Slap)'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상대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면 된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때리진 않는다. 나름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파워슬랩의 경기 방식은 1대1 개인전이다. 선수는 공격자(Striker)와 수비자(Defender)로 불린다.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공격에 나선다. 누가 먼저 선공을 할지는 동전던지기로 결정한다.경기는 UFC와 비슷하다. 채점에 승패를 가리는 판정승과 KO승, TKO승, 실격(DQ)승으로 구분된다. 경기 라운드도 UFC와 마찬가지로 기본 3라운드에서 최대 5라운드까지 열린다. 체급 구분도 UFC 규정을 따른다.뺨 때리기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손바닥으로 턱을 가격하는 게 핵심이다. 복싱이나 UFC에서 펀치나 킥으로 상대 턱을 공격해 뇌에 충격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비자는 상대 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 없다. 뒷짐을 진 채 온전히 충격을 받아내야 한다.참가자는 손목 또는 팔꿈치 보호대 같은 장비를 착용할 수 없다. 얼굴 또는 머리카락에 물을 묻히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마우스피스 착용은 의무다. 또한 공식 주치의가 참가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소량의 바셀린을 얼굴에 바를 수는 있다.손톱도 심판이 보는 앞에서 손가락 끝 아래까지 짧게 깎아야 한다. 머리카락은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뒤로 넘겨야 한다. 대신 수염은 허용된다. 손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역도나 체조 선수들이 사용하는 탄산마그네슘을 손에 바를 수도 있다.공격자는 두 발을 바닥에 붙힌 채 강하게 뺨을 때린다. 점프를 하거나 스텝을 밟아도 반칙이다. 손바닥이 아닌 손등이나 손목 등 다른 부위로 가격하는 것 역시 실격이다. 더 큰 파워를 내기 위한 와인드업 같은 사전 동작도 역시 반칙이다.뺨을 얻어맞은 수비자는 60초 시간이 주어진다. 그 안에 정신을 차리고 충격에서 회복해야 한다. 제 자리에 서야 다음 반격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안에 회복하지 못하거나 정신을 잃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어느 한 쪽이 KO되지 않으면 부심이 옆에서 채점을 한다. 상대에게 얼마나 큰 대미지를 줬는지를 따진다. 타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동작의 정확성도 확인한다. 세밀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도 이뤄진다.뺨 때리기 대회 역사는 길지 않다. 물론 오래전부터 지하 세계에서 이런 방식 경기가 열리긴 했다. 하지만 공식 대회는 2019년 러시아에서 열린 ‘시베리안 파워쇼(Siberian Power Show)’가 처음이다.당시 우승자는 바실리 카모츠키라는 인물이었다. 평범한 농부였던 그는 얼떨결에 참가했다가 우승까지 차지했다. 엄청난 파워로 상대를 한 방에 쓰러뜨리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우승 상금은 우리 돈으로 약 55만원에 불과했지만, 그는 '벼락스타'가 됐다.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 대회를 보고 '돈 냄새'를 맡았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미국에서 ‘파워 슬랩'을 정식으로 개최했다. 메이저리그(MLB) 경기 등을 중계하는 미국 케이블 스포츠채널 TBS에서 생중계했다. 첫 대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도 뺨 때리기 대회를 정식 스포츠로 승인했다. 1회 대회가 화제를 모으자 지난달 24일부터 시즌 2를 곧바로 시작했다.당연히 논란은 있다. 참가자 건강에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너무 가학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뺨 때리기 대회는 단순 쇼일 뿐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외부적 충격을 통한 실신을 자주 경험하면 치매 및 만성외상성 뇌병증, 퇴행성 뇌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지난 2월 미국의 만성 외상성 외병증 최고 권위자이자 2015년 개봉된 영화 '컨커션( Concussion·뇌진탕)'의 실제 주인공인 베넷 오말루 박사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뺨때리기 대회는 매우 멍청하고, 안전하지 않으며, 원시적이다"라며 "참가자가 언제든 사망하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 당장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도 이 대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자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뺨때리기 대회는 점점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과 일부 미디어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팀 실비아 등 '진짜 파이터'들도 참가를 선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뺨때리기의 변종인 '엉덩이 때리기 대회'까지 나올 정도다.'터미네이터'로 유명한 근육질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열렬한 지지자다. 자신이 개최하는 보디빌딩 대회 '아놀드 클래식'에 뜬금없이 뺨때리기 종목을 추가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맞지만 않는다면 뺨 맞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한다. 그는 "복싱 선수들은 한 경기에 300~400번 펀치를 맞는다. 그것에 비하면 뺨때리기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우리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는 이가 불편하다면 대회를 보라고 강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UFC가 주최하는 '파워슬랩'의 우승 상금은 1만 달러(13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하면 단숨에 유명인사가 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파워슬랩' 대회를 강조하는 모토는 'No pain, No gain'이다.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것을 뺨때리기 대회는 잘 보여준다. 2023.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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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해외대회서 잔뼈 굵은 파이터 김상원, 이제 UFC 도전

코리안탑팀 소속 파이터 김상원(30)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통산 15전(9승 5패 1무승부) 중 7경기를 해외에서 치렀다. 일본, 호주, 러시아, 괌 등 대회가 열린 장소도 다양하다.김상원은 'UFC 파이터를 이긴 파이터'라는 수식어도 있다. 2018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Hex Fight Series 13' 대회에선 잭 젠킨스(호주)라는 선수를 1라운드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제압했다. 이 경기는 나중에 더 화제가 됐다. 김상원에게 패했던 젠킨스가 이후 연승을 질주했고, 지난 2월 UFC 데뷔전을 치러 승리했다. 덩달아 김상원의 주가도 더 높아졌다. 김상원은 UFC를 노크한다. 이달 27일과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로드 투 UFC’ 시즌2에 참가한다. 로드 투 UFC는 아시아 지역의 정상급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UFC와 계약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대회다. 플라이급, 밴텀급, 페더급, 라이트급 총 4개 체급에서 각각 8명씩 참가한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을 펼쳐 최종 우승을 차지하면 UFC와 정식계약을 맺는다.김상원은 페더급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페더급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했던 시즌 1에서 이정영이 우승해 UFC 계약을 따냈다. UFC에서 현재 뛰고 있는 '코리안좀비' 정찬성, '슈퍼보이' 최두호 등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은 체급이다. 현 챔피언은 전 체급을 통틀어 최강자로 꼽히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다. UFC에서 경쟁이 치열한 체급 중 하나다.김상원은 일본의 사스 케이스케라는 선수와 첫 대결을 펼친다. 일본 격투기 단체 '슈토' 챔피언 출신인 사스는 지난해 시즌1에서 일찍 탈락했지만 시즌2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전적은 11승 2패 1무로 나쁘지 않다.다른 선수라면 해외 경기가 설레거나 긴장될 수 있다. 하지만 김상원은 그렇지 않다. 그냥 담담하다. 본인 말로 '여권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라고 할 만큼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 중국 상하이는 처음이지만 하던대로 준비하면 문제없다고 믿고 있다."시즌1 때 페더급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했기 때문에 살짝 부담되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기운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상원은 얼마 전 팀 동료의 세컨드로 호주 대회에 따라간 적이 있다. 자신이 쉽게 이겼던, 그리고 현재 UFC에 진출한 젠킨스를 만났다. 두 선수가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김상원은 그 당시 상황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만났을 때 되게 반가우면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잘 되길 바랐던 선수였기 때문에 UFC에 간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스스로 자극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 로드 투 UFC가 저에겐 갖고 싶은 기회입니다."김상원은 그라운드 실력이 뛰어난 선수다. 특히 상대 목을 조르는 초크 기술이 트레이드마크다. 프로 경기에서 거둔 9승 가운데 4승을 리어네이키드 초크나 길로틴 초크로 끝냈다. 젠킨스를 이겼던 기술도 초크였다."꼭 초크로 이기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평소 준비했던 것이 시합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초크로 많이 이기다 보니 더 자신감이 붙은 것은 사실입니다."어릴 적 태권도를 수련한 김상원은 20대 초반 입대 전까지 동네 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했다. 그러다 군 복무 기간 종합격투기의 매력을 알게 돼 전역하자마자 코리안탑팀으로 달려갔다. '파이터' 김상원의 시작이었다.정신없이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김상원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했다. 이번 로드 투 UFC는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기회다. 더 놓치고 싶지 않기에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의 별명이 '노프라블럼'이다. 걱정이나 문제 따위는 집어던지고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다.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연습하자고 마음먹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운동을 반대하고 걱정하셨던 어머니, 아버지도 지금은 너무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UFC 계약을 꼭 따내고 싶습니다. 다른 해외는 많이 갔다 왔으니 이제 UFC 본거지인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겁니다." 2023.05.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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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 "MMA가 범인 체포에 큰 도움이 되죠" 경찰관 파이터 이재원

"경찰관들이 공무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일이 많습니다. 종합격투기(MMA)를 활용한 경찰 체포술을 전파해 동료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에서 활약 중인 이재원(36·팀 스트롱울프)은 현직 경찰관이다. 송파경찰서 산하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지난 2월 프로에 공식 데뷔한 파이터다. 데뷔전에선 부상을 당해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바쁜 경찰 업무 속에서도 운동을 병행하면서 파이터의 꿈을 이뤘다. 이재원은 현장에서 바쁘게 활동하면서 경찰서 무도교관도 겸하고 있다. 직장협의회 사무국장 업무도 맡는 등 몸에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도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현역 선수들과 함께 종합격투기 훈련을 소화했고, 프로 무대에 섰다.이재원은 필자와 인터뷰에서 "경찰관이 되기 전에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잠시 했다. UFC에 활약 중인 최승우 선수와 함께 운동했다"며 "경찰 임용 시험을 준비하느라 운동을 그만뒀는데 경찰관 꿈을 이루고 나서도 격투기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고 밝혔다.데뷔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 아쉬웠다. 1라운드 경기 중 눈에 대미지를 입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1라운드를 마치고 레퍼리 스톱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 후 정밀검사 결과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재원은 "데뷔전을 앞두고 프로선수들과 '빡세게' 운동했다. 결과가 아쉬웠다. 경기 전에는 왜 경찰관 파이터가 없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준비해보니 연습 시간 등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그는 이어 "마음은 불타고 있는데 근무 후 체육관에서 운동하면 내 컨디션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살만 더 젊었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들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또한 이재원은 "경기를 앞두고 로드FC가 경찰관이 종합격투기에 데뷔한다고 홍보를 많이 해 부담이 컸다. 경기에서 패한 뒤 동료들 얼굴을 어떻게 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응원을 많이 해줘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솔직히 부담이 컸다. 경기 중 다운을 당해 천정을 바라보는 모습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즐기면서 가볍게 했어야 했는데 어깨가 무겁다보니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데뷔전에서 쓴맛을 보기는 했지만 이재원은 종합격투기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단다.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탓에 현재 강도 높은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면 다시 체육관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데뷔전 파이트머니를 아동학대 피해자를 돕기 위해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지난해 결혼식을 올려 한창 신혼 생활을 즐기는 이재원은 "아내가 (MMA를) 그만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시합 후 수술을 받고 병가를 쓰느라 생겨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다. 그만두더라도 한 번은 이기고 멋있게 떠나고 싶다"고 강조했다.이재원이 바쁜 업무 속에서도 종합격투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경찰관으로서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동료들이 공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현장에서 종합격투기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격투기 기술을 사용해 범인을 검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무도 교관을 신청한 이유도 더 실전적인 방어술과 체포술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이재원은 자신의 프로 격투기 선수 경험이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첫 경기는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가 생긴다면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경찰관으로서 목표는 후배 양성이다. 중앙경찰학교나 인재개발원 등에서 종합격투기를 활용한 경찰 체포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발전시키고 전파해 동료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범인들을 제압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2023.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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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저도 한국인의 피.." 커밍아웃한 UFC 브래드 타바레스

미국 종합격투기 UFC에는 한국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심지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도 제법 된다. 얼마 전 타 단체에서 은퇴한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의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 그는 몸에 한글로 '힘, 전사, 명예, 헨더슨' 등의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UFC에서 최초로 활약한 한국계 선수는 조셉 형민 손이었다. UFC에선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복싱, 킥복싱 등을 접목한 '조선도(Josondo)'라는 유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UFC에선 1경기(패배)만 치르고 사라진 그는 '오스틴파워스' 등 몇몇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강력 범죄에 연루돼 현재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한국계임을 스스로 밝히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UFC 두 체급 챔피언을 지낸 '레전드' BJ 펜은 201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외조부가 한국인이며 내 안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UFC 경량급의 베테랑 파이터 타이슨 남도 최근 필자와 인터뷰에서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조선 이민자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순혈 한국인"이라고 털어놓았다.BJ 펜과 타이슨 남은 하와이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와이는 조선인 농장 노동자와 어린 신부들이 대거 건너간 곳이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 파블로비치 vs 블레이즈' 대회에 나서는 미들급 파이터 브래드 타바레스(미국)도 비슷한 케이스다. 브루누 실바(브라질)와 대결하는 타바레스는 필자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쿼터 코리안'이라고 소개했다.타바레스는 "하와이는 플랜테이션 시절 많은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곳이다"며 "내 증조 할아버지가 100% 한국인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증조 할아버지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흑백 사진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내 한국 뿌리에 대해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앞서 타바레스는 2012년 5월 UFC 대회에서 한국의 양동이에게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한국 기자에게 자신을 한국계라고 소개했지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타바레스는 "그때 만난 기자들이 한국에 많이 알리지 않은 모양"이라며 뒤 껄껄 웃었다.지금 한국과 접점이 크게 닿아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도 못한다. 그래도 한식은 그의 '최애 메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가 코리안 바비큐를 하는 집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간다"고 말했다. 1987년생으로 만 35세인 타바레스는 경력이 풍부하다. 20세였던 2007년 프로에 데뷔했고 2010년부터 UFC에서 활동했다. 경기 리스트를 살펴보면 필 바로니, 네이트 마쿼트 같은 추억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다.그렇다고 타바레스가 퇴물 취급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UFC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들급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2018년 7월에는 현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뉴질랜드/나이지리아)와 5라운드 대결을 펼쳐 판정패하기도 했다.이번에 타바레스와 맞붙는 브루누 실바도 30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작년 3월에는 전 미들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에게 판정패하기도 했다. 타격가인 타바레스는 페레이라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브루누 실바를 KO시키겠다고 장담했다.그는 "격투기에서는 정말 한끗 차이로 큰 차이가 생긴다. 4온스 글러브를 끼고 때리면 KO시키는 데 그렇게 많은 파워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딱 정확한 위치에 맞히면 대미지를 입고 평형 감각이 깨지는 거다. 난 이번 주말 그의 맷집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것이다"고 말했다.현재 14승으로 UFC 미들급 최다승 2위를 달리는 타바레스는 3승만 더 거두면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기록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기록을 세우려고 추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그러면서도 그는 "그 기록이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다"며 "현재 앤더슨 실바가 공동 2위다. 실바와 동급인 기록이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타바레스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인사를 전했다. 그의 인사말은 '알로하, 마할로'였다. 하와이 말로 '알로하'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이고 '마할로'는 '감사하다'는 의미다. 그는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경기를 봐줘서 고맙다. 이번에도 화끈한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2023.04.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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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20세기 파이터' 알롭스키, 그가 계속 싸우는 이유

“안드레이 알롭스키가 아직도 선수로 뛰어?” 필자가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안드레이 알롭스키(43·미국/벨라루스)와 온라인 화상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지인이 한 말이다. 그런 반응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알롭스키는 20세기에 데뷔한 파이터이기 때문이다. 1979년생 알롭스키는 20세이던 1999년 러시아 격투기 단체 M-1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어릴 적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한 경험 때문에 18세에 격투기를 시작했다. 이후 경찰이 되기 위해 경찰 아카데미에 진학했는데 그때 컴뱃삼보를 본격적으로 접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알롭스키가 UFC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 11월이었다. 초반 3경기에선 1승 2패로 다소 부진했지만 이후 6연속 KO승을 거뒀다. 2005년에는 당시 헤비급 최강자였던 팀 실비아(미국)를 1라운드 47초 만에 KO 시키고 새 UFC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그의 나이 26살이었다. 알롭스키는 20년 넘게 UFC에서 활약 중이다. 물론 UFC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UFC를 떠나 다른 단체에서 경기를 뛴 적도 있다. 하지만 2014년 UFC에 복귀한 이후에는 꾸준히 옥타곤을 지키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카메룬)와도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1라운드 TKO 패였다. 20년 넘게 격투기 선수로 활동 중인 알롭스키의총 전적은 무려 56전(34승 20패 2노콘테스트)이다. 메이저 단체에서 뛰는 현역 파이터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가운데 UFC에서 38번 경기를 치렀고, 23번 이겼다. 두 기록 모두 UFC 헤비급 역사상 단연 1위다. 모든 체급을 통틀어서도 23승은 UFC 최다승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선수 인생이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20번이나 되는 패배(UFC 15패)가 잘 말해준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5연패를 당했다. 타 단체에선 4연패를 기록한 적도 있다. 2009년에는 ‘격투 황제’ 예멜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에게 1라운드 실신 KO패 당하기도 했다. 알롭스키는 ‘스치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펀치가 일품이다. 삼보 선수 출신이지만 정작 격투기 선수가 된 뒤에는 복싱 위주 경기를 펼친다. 자신이 거둔 34전 가운데 17승이 KO승이었다. 하지만 알롭스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유리 턱’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일가견이 있지만, 동시에 본인도 맞으면 쉽게 무너졌다. 20차례 패배 가운데 KO패가 11경기나 됐다. 압도적 승리를 눈앞에 두고 펀치 한 방에 실신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알롭스키가 놀라운 것은 수많은 패배에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일어났고, 몸이 회복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곧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그것이 계속 쌓이면서 여전히 선수로 활동 중이다. 심지어 잘하기까지 한다.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물론 상대가 헤비급 랭킹에 있는 강자들은 아니다. UFC에서도 최근에는 알롭스키의 커리어를 배려해 무리한 상대를 붙이지 않는다. 알롭스키에게 물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지.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에서 지고 나면 ‘너는 끝났다’, ‘은퇴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선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격투기는 아직도 내가 가장 열정을 갖고 하는 일이다. 의학적으로 더는 싸울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난 43세이지만 20대 초반에 해내지 못했던 양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도 가족과 친구가 날 지지해주고 있다. 한 번 더 챔피언에 오르고 싶다.” 눈길이 가는 것은 최근 4연승이 모두 판정승이라는 것이다. 원래 그는 앞뒤 안 가리고 터프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KO승과 KO패가 유난히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어 경기 스타일을 180도 바꿨다. 무리하게 KO를 노리기보다 스피드를 활용해 치고 빠지면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는다.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는 과거 자신이 패했던 경기를 “바보 같고 멍청한 짓”이라고 표현했다. “2017년에 내가 헤비급 랭킹 1~2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타이틀이 눈앞에 있었는데 내가 바보처럼 멍청하게 싸웠다. 내가 상대에게 승리를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들은 지금 더 큰 시합을 하고 있다. 다행히도 난 아직 UFC에서 싸우고 있다. 그 경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 최소한 그러고 있다고 믿고 있다.” ‘20세기 파이터’ 알롭스키는 오는 10월 3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213’ 대회에서 마르코스 호제리오 데 리마(브라질)라는 선수와 대결한다. 메인카드 경기가 아니지만 알롭스키는 경기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은 계속 싸우는 것이다. 그동안 캠프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만 생각한다. 몇 년 더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전혀 문제가 없다. 이번 주말에도 상대를 이기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 한국 팬들도 많이 응원해달라.” 2022.10.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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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현대사회에서 글러브 없이 맨주먹으로 싸운다고?

지난 2년 전 50이 넘은 나이에 프로복싱 복귀를 선언해 큰 화제를 모았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어느날 2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받았다. 타이슨에게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한 단체는 '베어 너클 파이팅 챔피언십'(이하 BKFC)이라는 격투기 단체였다. BKFC는 타이슨이 계약을 받아들이면 UFC 전 챔피언 반더레이 실바(브라질)와 대결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단체는 '베어 너클'이라는 이름대로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맨주먹으로 싸우는 단체다. 선수들은 손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붕대(밴디지)만 엄지와 손목에 감고 경기에 임한다. 당연히 경기는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부상은 기본이다. 맨주먹에 맞은 선수는 물론 때린 선수 조차 손가락이나 손목 골절을 입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8월에는 격투기 전적 24전 경력을 가진 저스틴 손튼이라는 선수가 경기 도중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상대 선수의 강한 오른손 펀치를 허용한 손튼은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경추 신경 손상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맨주먹 격투기는 엄청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타이슨 같은 거물에게 거액의 대전료를 제의할 정도로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BKF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수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남녀 통틀어 1000명이 훨씬 넘는다. 대부분은 무명 선수들이지만 프랭크 미어, 헥터 롬바드, 티아고 실바, 휴스턴 알렉산더, 지미 리베라, 마이크 페리 등 UFC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도 제법 된다. 일본 입식타격기 K-1 경량급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태국의 쁘아카오 벤차멕(예전 쁘아카오 포프라묵)도 BKFC에 참가했다. 원래 주먹은 도구가 없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반외세를 외쳤던 의화단은 서양의 총, 대포를 상대로 중국 무술을 기반으로 한 맨주먹으로 맞섰다. 그래서 이들을 '권비(拳匪)' 또는 '권민(拳民)'이라고 불렸다. '拳(권)'자는 한자로 '주먹', '주먹을 쥐다'를 의미한다. 권투, 철권 같은 단어에 쓰인다. 복싱이 처음 나왔을 때도 당연히 맨주먹 싸움이었다. 1800년대 맨주먹 복싱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가관이다. 경기장 사방에 피가 튀었고 사망자나 부상자가 속출해 계속 들것이 왔다갔다 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기 결과를 놓고 돈을 거는 도박이 펼쳐졌다.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상류층 인사들은 실력이 좋은 선수의 스폰서가 되기도 했다. 맨주먹 복싱이 사라진 것은 너무 잔인해서다. 선수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거나 장애가 남는 큰 부상을 당하자 당시 영국 치안 법원이 개입해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글러브였다. 선수 보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1867년 영국의 퀸즈베리라는 후작이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 '솜을 넣은 글러브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글러브 관련 규정을 일컬어 '퀸즈베리 규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복싱 및 격투기에서 글러브가 사용되면서 선수들의 안면 및 손가락 골절 부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가죽으로 겉을 만든 글러브가 널리 사용되다가 오늘날에는 합성수지나 젤 형태의 글러브가 제작된다. 글러브 안쪽 솜은 말 꼬리인 '말총'이 사용되는데 주먹의 힘을 전달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합격투기에선 그라운드 기술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복싱 글러브 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 손가락 부분에 구멍이 뚫린 오픈핑거글러브를 사용한다. 오픈핑거글러브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일반화됐지만 제법 오랜 역사를 갖는다. 이소룡이 영화 '용쟁호투'에서 오픈핑거글러브를 끼고 액션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사회는 문명화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맨주먹 싸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낡은 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는 맨주먹 격투기의 불씨가 됐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도 불을 지폈다. BKFC는 2020년 8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DAZN과 파트너십을 맺고 경기를 유료 중계하기 시작했다. 1년에 40~50달러 정도를 내면 경기를 직접 시청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 동영상 플랫폼 트릴러는 올해 2월 이 단체를 아예 인수했다. 현재 BKFC는 미국 내 14개 주에서 합법화돼있다. 맨주먹 격투기 신봉자는 오히려 글러브를 끼고 하는 실제 복싱이나 격투기보다 머리에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사람이 맨주먹으로 가격하는 것보다 글러브를 끼고 때릴 때 뇌손상 위험이 17.9%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맨주먹 격투기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몸이 깨지고 출혈이 낭자하는 이 종목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그래도 폭력성과 잔인함을 쫓는 인간의 특성상 관심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맨주먹 격투기가 계속 지속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맨주먹 격투기 신봉자는 오히려 글러브를 끼고 하는 실제 복싱이나 격투기보다 머리에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사람이 맨주먹으로 가격하는 것보다 글러브를 끼고 때릴 때 뇌손상 위험이 17.9%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맨주먹 격투기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몸이 깨지고 출혈이 낭자하는 이 종목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그래도 폭력성과 잔인함을 쫓는 인간의 특성상 관심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맨주먹 격투기가 계속 지속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2022.10.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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